3월의 캠퍼스는 9월의 캠퍼스와는 다르다. 같은 ‘새 학기’라도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의 새내기가 내뿜는 신선함이 더 풋풋한 것이다. 그런데 3월인데 일부 대학에서는 새내기 신입생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교수와 선배들을 지켜보고 있다. 중앙대학교의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에 대한 교수와 학생들의 거센 반발이 다른 대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학과제를 폐지하고 1~2학년까지 전공 탐색 기간을 가진 뒤 3학년 때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학과/전공의 존폐를 ‘시장의 법칙’에 따른다는 것은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불가하다는 교수의 주장에 학생들도 함께 하고 있다.
‘거리의 인문학’은 호황이다. 서점에는 날마다 수많은 인문학 책이 쏟아져 나온다. 문화센터의 인문학 강좌도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강단 인문학’은 여전히 찬바람이다. 지방과 서울 가릴 것 없이 많은 어문학, 사학, 철학과가 아예 폐지되었거나 다른 학과로 탈바꿈했다. 신입생이 줄거나 학부제 실시로 2학년 진입생의 선택을 받지 못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학과/전공 대신에 많은 대학들이 문화콘텐츠학과를 신설했다. 문화산업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문화콘텐츠기획자 양성을 목표로 하는 문화콘텐츠학과는 경쟁률도 높고 임학생의 성적도 우수한 편이다. 그러나 모든 대학의 문화콘텐츠학과가 성공스토리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다시 다른 학과로 개명하거나 아예 폐지되기도 했다.
기존의 인문학 학과를 폐지하지 않고 기존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여 문화콘텐츠학과를 신설하고 기존의 인문학과와 상생의 방안을 찾고 있는 대학이 있다. 수원에 있는 아주대학이다. 아주대학교 인문대학에는 국어국문학과, 영어영문학과, 불어불문학과, 사학과 등 4개 전공이 있었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 전공은 인문학적 자질을 갖춘 콘텐츠기획자와 스토리텔링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이론과 현장실습 경험을 배양할 수 있는 교육을 지향하면서 2010년에 신설되었다. 당시 학부제로 운영하는 상태에서 순수 인문학 전공교수들이 시대의 흐름을 인식하고 응용인문학/융복합학 전공인 문화콘텐츠학의 신설에 동의한 것이다. 새로운 전공의 교수가 초빙되었다. 그러나 서양고대사 전공의 사학과 K교수는 ‘신화와 문화콘텐츠’를 가르치면서 문화콘텐츠학과도 겸직하고 있다. 프랑스 문학관 전공의 불어불문학과 S교수도 문화콘텐츠학과에서 지역문화콘텐츠를 가르치고 있다. 아주대학은 사학/불어불문학 등 순수인문학 전공과 응용인문학/융복합학인 문화콘텐츠학 전공이 상생의 길을 찾은 것이다. 상명대학교의 사학과도 한국사/동양사/서양사 분야에 문화콘텐츠 분야를 덧붙여 역사콘텐츠학과로 개명하고 학과발전을 이루고 있다.
2015년 3월 한국외국어대학교(용인 글로벌캠퍼스) 인문대도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2014년 대학의 특성화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문대 교수들이 문화콘텐츠학과가 아닌 지식콘텐츠학부를 만들었다. 철학과, 사학과, 언어인지과학과 3개 학과에서 4명씩 정원조정을 감수했다. 12명의 미니학부이다. 2015학년에는 정원 외 입학생 2인을 포함, 14명의 새내기를 받았다. 그런데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궁금해 한다. 지식콘텐츠학이 무엇인가? 지식콘텐츠학부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지식콘텐츠학은 지식의 표상과 처리에 관한 연구를 하고 이를 콘텐츠 제작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분야로 ‘문화콘텐츠학의 한 특화 영역’이다. 지식콘텐츠학부에서 다루는 지식 체계는 개별적 상황에 따라 철학, 사학, 언어인지과학 등의 인문학 영역이나 어문학, 지역학 등 다양한 학문 영역이 될 수 있다. 지식 표상과 처리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통계학과 프로그래밍은 물론 온톨로지, 위키, 전자문화지도 등의 지식 망에 대한 다양한 정보/디지털 기술을 익혀야 한다. 이렇게 학습한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콘텐츠 제작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식콘텐츠학부의 목표이다. 2015학번 지식콘텐츠학부 14명의 신입생들은 먼저 학교에서 가까운 용인중앙시장 지식맵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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